로컬 푸드 과학 탐구

곶감이 달콤해지는 원리: 효소 작용과 당 변화

행복한 정보(info) 2025. 8. 27. 04:05

1. 곶감의 전통과 과학적 호기심 ― 곶감과 당분 변화

곶감은 한국의 대표적인 겨울 간식으로, 단순히 말린 과일이 아니라 수천 년의 전통과 과학이 녹아 있는 식품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감을 건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곶감의 달콤함은 단순한 건조 과정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감은 수확 직후에는 떫은맛이 강하다. 이는 감 속에 다량 함유된 탄닌 성분 때문인데, 이 물질이 침 속 단백질과 결합하면 혀가 뻣뻣해지고 떫은맛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건조 과정에서 곶감은 떫은맛을 잃고 점차 달콤한 맛으로 변한다. 이는 곶감이 단순히 수분을 잃는 과정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나는 효소 반응과 당 변화 덕분이다. 곶감의 단맛은 저장성, 보존성, 풍미의 균형 속에서 형성되며, 이는 식품 과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된다.

곶감이 달콤해지는 원리: 효소 작용과 당 변화

2. 효소 작용의 비밀 ― 곶감 속 아밀라아제와 당 생성

곶감의 단맛 변화는 가장 먼저 효소 작용에 의해 시작된다. 감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세포 구조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내부 효소들이 활성화된다. 대표적인 효소는 아밀라아제와 인버타아제인데, 이들은 감 속에 저장된 전분이나 복합당을 단순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전분은 포도당 단위가 긴 사슬처럼 연결된 다당체인데, 아밀라아제가 이를 잘게 쪼개 포도당과 맥아당 같은 단순당으로 만든다. 또한 인버타아제는 설탕을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감의 당도와 감칠맛이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과당은 당류 중에서도 단맛이 강한 성분으로, 곶감의 달콤함을 크게 좌우한다. 이런 효소 작용은 곶감을 단순히 건조 과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화학 반응의 산물로 만든다. 따라서 곶감의 달콤함은 효소가 전분과 당을 변환시키는 생리적 과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3. 건조와 당 농축의 조화 ― 수분 감소와 삼투 작용

곶감이 달콤해지는 두 번째 원리는 건조 과정에서의 수분 감소와 당 농축이다. 감은 약 8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건조가 진행되면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당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는 설탕을 물에 녹였을 때 물이 줄어들면 더 달게 느껴지는 원리와 같다. 곶감의 경우 건조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바람, 햇빛, 온도 조건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수분이 고르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표면과 내부에서 다른 변화를 겪는다. 표면은 빠르게 건조되며 막이 형성되고, 내부는 천천히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효소 반응이 계속된다. 이때 내부의 당이 표면으로 이동해 결정화되면 곶감의 표면에 하얗게 보이는 **분설(糖粉, 당분 결정)**이 형성된다. 이는 곶감의 단맛이 눈으로 확인되는 대표적인 증거다. 곶감의 당 농축과 결정화는 단맛뿐 아니라 쫄깃한 질감을 만드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곶감의 달콤함이 주는 의미 ― 효소 작용과 당 변화의 응용

곶감이 달콤해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이는 단순히 전통 식품의 맛을 넘어 현대 식품 과학에서 활용 가능한 원리임을 알 수 있다. 효소 작용을 통해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과정은 맥주 양조, 빵 발효, 과일 가공 등 다양한 식품 산업에서 응용된다. 곶감에서 일어나는 효소 반응과 당 농축 현상은 ‘자연 발효와 건조’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만든 독특한 사례다. 또한 곶감의 당 결정화는 천연 보존제 역할을 하여 장기간 저장성을 높인다. 현대 과학은 이러한 전통 식품의 비밀을 밝힘으로써, 더 건강하고 맛있는 식품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곶감의 단맛은 단순한 간식의 즐거움을 넘어, 효소와 당 변화라는 식품 생화학적 메커니즘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전통과 과학이 만나는 이 과정은 곶감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