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푸드 과학 탐구

된장과 간장의 갈림길: 콩 발효 과정의 과학

행복한 정보(info) 2025. 8. 26. 14:28

1. 메주 발효 ― 콩 단백질과 미생물의 첫 번째 변화

된장과 간장은 모두 콩을 발효시켜 얻는 전통 발효식품이지만, 두 가지가 갈라지는 출발점은 바로 메주 발효 과정이다. 삶은 콩을 찧어 성형한 메주는 볏짚과 함께 건조·발효되는데, 이 과정에서 곰팡이, 효모, 세균이 함께 작용한다. 특히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속 곰팡이는 강력한 단백질 분해 효소와 전분 분해 효소를 분비하여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분해한다. 또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같은 세균은 아미노산 대사를 촉진하여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든다. 이때 메주가 얼마나 잘 발효되었는지가 이후 된장과 간장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즉, 콩 발효의 첫 단계인 메주는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라 미생물과 효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풍미의 기반을 마련하는 발효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된장과 간장의 갈림길: 콩 발효 과정의 과학

2. 장 담그기 ― 소금물과 발효 미생물의 균형

메주가 완성되면 이를 소금물에 담가 장을 담그는데, 이 과정에서 된장과 간장의 길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장독 속에 메주와 소금물이 함께 들어가면 염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어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면서도, 염분에 강한 발효 미생물들이 활발히 활동한다. 곰팡이가 분해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전분은 단당류로 변하며, 이들이 다시 젖산균과 효모에 의해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산, 알코올, 에스터류가 장 특유의 향과 맛을 형성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소금의 역할이다. 소금은 단순히 부패를 막는 방부제가 아니라, 미생물 군집의 균형을 잡아주어 발효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조절자다. 발효 기간 동안 햇볕과 바람, 온도의 변화가 함께 작용해 장의 맛이 성숙해지는데, 이 복합적인 환경이 바로 전통 장류의 독특한 풍미를 만든다.

 

3. 분리의 순간 ― 된장과 간장의 갈림길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발효가 진행되면 장독 속의 내용물이 된장과 간장으로 분리된다. 메주와 소금물이 함께 있던 장이 숙성되면서 위쪽의 맑은 액체가 간장이 되고, 아래쪽의 고체 찌꺼기가 된장이 된다. 이때 간장은 메주 단백질에서 분해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가 용해된 액체로, 깊은 감칠맛과 짭짤한 맛을 가진다. 반면 된장은 단백질과 섬유질이 고체 형태로 남아 풍부한 식이섬유, 아미노산, 지방 성분을 포함한다. 즉, 동일한 발효 과정에서 액체와 고체가 분리되며 서로 다른 개성의 식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된장과 간장이 모두 같은 원료와 발효 조건에서 시작했음에도, 최종적으로는 용해성과 발효 부산물의 차이로 인해 완전히 다른 형태와 맛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발효 과학이 보여주는 놀라운 다양성과 분화의 사례라 할 수 있다.

 

4. 발효 과학의 가치 ― 된장과 간장의 영양과 현대적 의의

된장과 간장은 단순히 전통 음식이 아니라, 발효 과학의 결정체다. 된장은 단백질, 아미노산, 불포화 지방산,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 건강과 항암 효과에 도움을 주며, 간장은 아미노산과 펩타이드가 용해되어 소량만으로도 요리에 강한 감칠맛을 더한다. 두 발효 식품 모두 이소플라본, 사포닌, 항산화 물질 등을 포함해 생활습관병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전통 방식과 현대 미생물학을 접목하여 균주를 선택적으로 배양하거나 발효 조건을 최적화해 기능성을 강화한 된장·간장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K-FOOD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된장과 간장은 한국 발효 문화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된장과 간장은 발효의 동일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갈래의 길이지만, 과학적 원리와 전통적 지혜가 어우러져 인류 건강과 식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자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