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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과 간장의 갈림길: 콩 발효 과정의 과학

1. 메주 발효 ― 콩 단백질과 미생물의 첫 번째 변화된장과 간장은 모두 콩을 발효시켜 얻는 전통 발효식품이지만, 두 가지가 갈라지는 출발점은 바로 메주 발효 과정이다. 삶은 콩을 찧어 성형한 메주는 볏짚과 함께 건조·발효되는데, 이 과정에서 곰팡이, 효모, 세균이 함께 작용한다. 특히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속 곰팡이는 강력한 단백질 분해 효소와 전분 분해 효소를 분비하여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분해한다. 또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같은 세균은 아미노산 대사를 촉진하여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든다. 이때 메주가 얼마나 잘 발효되었는지가 이후 된장과 간장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즉, 콩 발효의 첫 단계인 메주는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

김치의 숙성 온도에 따른 맛의 변화

1. 김치 발효의 핵심 ― 젖산균과 숙성 과정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발효 과정이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 등을 양념으로 더해 발효시키는 한국의 대표 전통 음식으로, 발효 과정에서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젖산균은 김치 속의 당분을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하고, 이로 인해 김치 특유의 산미가 형성된다. 발효 초기에는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젖산균이 우세해지며 김치의 맛이 점차 깊어진다. 이때 중요한 변수가 바로 숙성 온도다. 온도에 따라 젖산균의 성장 속도와 산 생성량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김치의 신맛, 감칠맛, 아삭한 식감 등이 변화한다. 즉, 김치의 숙성 온도는 단순히..

청국장이 끈적이는 이유: 발효 세균의 비밀

1. 청국장의 점성을 만드는 핵심 미생물 ― 바실러스 서브틸리스청국장은 다른 발효 콩 음식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강한 끈적임이다. 단순히 삶은 콩을 발효시킨 것임에도 불구하고, 청국장은 국자나 숟가락으로 저으면 실처럼 길게 늘어나며 독특한 점성을 드러낸다. 이 현상을 일으키는 주인공은 바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세균이다. 이 세균은 원래 볏짚과 콩 껍질 표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전통 청국장 제조에서 삶은 콩을 볏짚으로 덮어 따뜻한 아랫목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활성화된다. 바실러스균은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동시에 다당류와 점액질 물질을 합성해내는데, 이것이 청국장 특유의 끈적임을 형성한다. 흥미롭게도..